사실은 진리에 종속된다

가끔 사람들은 사실과 진리를 혼동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이 왜 죄인일 수밖에 없는가'를 아주 잘 보여주는 단서다. 사실이란 어떤 객관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은 진리가 될 수 없다. 일정한 조건에서 일정하게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와 달리 진리란 그 진리를 기준으로 선과 악이 구별되어야 하며, 생명과 죽음이 설명되어야 하고, 천국과 지옥을 나누는 결정적인 힘이 되어야 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이 선과 악을 구별하지 못하며, 생명과 죽음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럼 사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진리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진리에 의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변경되고 폐기되어야 할 대상이 되어 그동안 사실이라고 여겼던 것, 그래서 흡사, 진리라고 받아들여졌던 것이 떨어지고 불태워지는 것을 통해 진리가 인간에게 관리되거나 관찰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사실’이 담당하는 몫이 된다.